글 강미진 데일리NK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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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오상은

우리나라 국어사전에 술은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어 마시면 취하는 음료로, 적당히 마시면 대사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정리돼 있다. 술은 우리 민족이 즐겨 마시는 음료의 한 가지로 역사가 오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사회과학출판사에서 출판한 ‘조선의 민속’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술은 조선인민이 오래 전부터 만들어온 음료의 하나로서 그 제조 기술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발전하였다. ‘삼국지’의 부여, 고구려, 예, 삼한에서 명절에 술을 마셨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연원이 오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고구려 사람들이 술을 잘 빚었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기분이 좋고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된다. 이는 오랜 생활 풍습을 통해서 우리 한민족이 깨달은 바다. 이런 가치를 알아낼 정도로 술은 우리 문화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일까? 술은 결혼식과 회갑, 칠갑 등 가정의 대소사에 등장하는 건 물론이고 반가운 친구를 만났을 때에도 등장한다. 그뿐이랴. 부부 사이에 있었던 자그마한 다툼도 적당한 술을 마시고 해결하려는 게 오늘날 우리 한민족의 공통된 문화가 아닐까 싶다.

술은 가정과 지인, 친구 등 일반인들의 생활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국가차원의 연회에서도 술은 반드시 등장한다. 외교관계에 있어서 국가 수반들간의 연회 석상에서도 술은 그 중심을 차지한다. 술을 들고 덕담하는 뜻의 ‘건배사’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때 남북 두 정상이 역사적으로 만났던 판문점 평화의 집 ‘만찬’에서도,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부부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대동강 식당에서의 식사 자리에도 술이 올라왔다. 우리 서민과 고위층을 아우르는 공통의 음료인 술, 북한에서는 어떤 의미일까.

 

술 없는 북한 식당들 … 왜?

본격적인 북한 술 소개에 앞서서 북한 주민들의 술 문화에 대해 잠깐 언급하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의 술 문화는 한국, 중국 등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일반화 되어 있지는 않다. 한국에서는 어느 식당을 찾아도 술은 꼭 비치되어 있지만 북한의 대부분 식당들에서는 술이 비치되어 있는 곳이 드물다. 반면 국가가 운여하는 일부 식당에서는 술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대부분 식당들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주민들은 술을 마시기 위해서 시장이나 주류를 파는 매점들에서 구매를 한 후 식당에 가지고 들어가 음식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신다.

궁금한 북한의 술 문화와 술에 대한 이야기. 오늘 첫 소개에서는 평양지역의 술을 소개하려고 한다. 평양지역의 대표적인 술은 대평곡주와 평양소주, 대평술, 평양문배술, 옥류벽 산삼술, 울밀봉 산삼술 등이 있다. 쌀과 옥수수가 주 원료인 대평곡주는 북한 술에서 유래가 가장 오래된 술의 하나이다. 대평술공장은 1819년에 세워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80년대까지 대평술, 대평곡주는 이름난 술이었다. 한 예로 결혼식 큰상에서도 대평곡주가 올랐다고 주변 주민들이 이야기할 정도였으니까 그 인기를 짐작해볼 수 있겠다.

Pyeong Yang Soju
평양소주 (양조업체: 대동강 식료공장) / 주원료: 강냉이

평양의 대동강 식료공장에서 생산되는 평양소주는 현재 500ml의 병에 25%의 도수로 제조돼 팔리고 있다. 평양지역은 물론 지방의 시장 곳곳에서 팔리는 인기 술이다. 평양 소주는 일반적인 술로 대평곡주나 대평술에 비해 급수는 낮지만 대량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면에서 북한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술이라고 할 수 있다.

 

놀새!놀새! 평양에서 노세!

한편 평양술공장에서 생산되는 평양술은 40%의 도수로 거의 원주에 가깝다. 북한 주민 사이에서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는 부류는 “좀 있는 사람들”로 불린다. 한국에서는 퇴근 후 회식에서의 술자리보다 일반 가정집에서의 술자리가 더 많은 편이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술 공장에서 생산된 술이 대량으로 판매되기 전까지는 대부분 북한 주민은 일반 가정에서  직접 수제로 제조한 술을 마셨다. 그러나 과거에도 현재에도  평양에서는 공급용 술이 더 각광받아왔다. 그 이유는 뭘까.

 

쌀, 옥수수로 술을 빚다.

북한은 사회주의를 강조하는 환경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결과 술 문화가 자리잡기어려웠다. 특히 평양에서는 술을 마시고 주사를 부리는 주민을 보안서에서 취급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평양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북한 주민들은 평양에서 사는 것이 평생소원이라고 할 정도로 평양 접근은 쉽지 않다. 평양 시민들은 술을 마시는 데서도 공장에서 생산한 술과 맥주를 주로 활용한다. 개인이 제조한 술보다 공장제품을 즐겨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지방과 다른 주방환경 때문이다. 술을 발효시킬 외부 환경, 즉  마당이 없는 아파트 환경에서는 아무래도 술을 만들기 쉽지않다. 주방에서도 술을 만들 줄 모리니, 그래서 지방 주민들은 평영주민들을 가리켜 ‘평양놀새’라고 하는것 같다. 한국말로 한다면 ‘오렌지족’이라 하겠다. 중앙기관이 밀집되어 있는 수도이기 때문에 간부계층이 많다는 점에서 중앙 공급을 받으면서 사는 것에 익숙해있다는 것도 이런 별명이 생기는데 한몫했다.

북한 주민에서 ‘놀새’라는 말은 일하기 싫어하고 놀기를 좋아하는 것으로도 인식되어 있다. 때문에 ‘평양놀새’라는 비평이 그리 좋은 뜻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평양놀새’들은 자신들을 놀리는 지방 지역의 술을 사랑한다. 지방에서 현지 주민들이 직접 제조한 민주를 맛보고는 평양에서 팔리고 있는 공장생산 술보다 ‘입맛이 당기는 술’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렇다. 북한의 대부분 지역들에서는 현재도 가정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술을 제조해서 마시고 있다. 술을 만드는 재료가 어떤 것인지에 따라 술 맛도 조금씩 다르다는 게 북한 주류업계의 장사꾼들의 주장이다. 이는 구매자 역시 마찬가지다.

North Korea Soju
꽃잎 소주 (양조업체: 경림식료일용가공사업소) / 주원료: 도토리, 꿀 / 30%, 300ml

그런 의미에서 평양지역에서 생산되는 대부분 술들은 쌀과 옥수수가 주원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다양한 맛을 내기가 어렵다고 보여진다. 그만큼 술을 마시는 구매자도 각자 입맛에 맞는 술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평양 주민들은 최근 등장한 맥주집에서 팔리고 있는 다양한 맛의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한다. 평양 술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호에서 대동강 맥주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이어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