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 봉준호 감독 프랑스 칸 현지 인터뷰

타티아나 로젠슈타인(Dr. Tatiana Rosenstein), 독일영화평론가협회 기자

 

봉준호 감독이 제 72회 칸 영화제에 “기생충(Parasite)”으로 돌아왔다. 영화 “마더(Mother)” 이후 처음으로 한국어로 촬영한 영화 기생충(parasite)”이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Palme d’ Or)를 수상하였다.
2006 년 “감독 주간”을 통해 칸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호러 무비 “괴물(The Host)”를 상영했다. 그 후 봉준호 감독은 영어로 촬영한  “설국열차(Snowpiercer, 2013)”와 넷플릭스 무비  “옥자(Okja, 2017)”를 통해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술꼬레 현지 특파원이 프랑스 칸 현지에서 기생충 시사회 직후 봉준호 감독을 만났다.

 

 

언제부터 기생충”을 구상하게 되었나?

영화 “옥자” 작업이 한창이던 2013년부터로 기억한다. 나는 ‘서로 다른 사회적 계층 출신의 두 가족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하는 질문을 오랫동안 해왔다. 서로 상생하는 삶을 그리지만, 막상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되는 상황 자체가 유머와 공포, 슬픔이 버무려진 희비가 교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제목을 기생충”이라고 지었는데, 어떤 이유인가?

기생충은 사실 아이러니한 제목이다. 원래 제목은 ‘데칼코마니’로 지었었다. 똑같이 4명으로 구성된 서로 다른 두 가족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을 때, 가난한 가정의 시선으로 나레이션을 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가정은 그냥 평범한 삶을 바랄 뿐인데, 현실에선 그마저도 꿈꾸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들은 기생적인 관계로 내몰리게 되는데, 영화 제목을 아예 “기생충”으로 바꾸게 된 이유다.

 

영화에서 을  부자들의 상징으로, 냄새를 가난한 사람들의 상징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한국에서 돌을 수집하는 것은 한물간 취미로 여겨진다. 억대나 하는 돌들도 있다. 이런 취미는 가난한 사람들은 꿈도 못 꿀 취미다. 영화 “기생충”에서 박서준이 친구 기우한테 돌을 가져다준다. 이를 계기로 기우가 가정 교사로 취직하게 되는데, 친구가 부잣집 출신이기 때문에 그 돌은 부자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냄새라고 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누군가의 냄새에 관해서 얘기하려면 그 사람의 아주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부잣집 남편이 자기 운전사의 냄새에 관해서 얘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매일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 장면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모멸감을 준다. 사실 현실에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 만날 일이 거의 없다. 서로 다니는 식당도 다르고, 기차와 비행기 좌석도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두 계층의 삶이 완전히 분리되어있다. 가정 교사와 같이 부잣집에서 일할 경우가 아니면 서로 가까이 지내면서 서로의 냄새를 맡아볼 일이 거의 없다.

 

영화기생충은 한국 사회의 많은 사회적 이슈들, 가령 학력 위조와 실업자 문제, 또한 최근에 개인 파산으로 인한 의정부 일가족 사망 사건 등을 담아냈다. 영화는 허구의 이야기인데, 영화 기생충은 너무나 현실적이라서 오히려 충격적이다. 이러한 사회적 이슈가 생기는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최근에 한국에 너무나 많은 충격적인 사건들이 발생한 게 사실이다. 한국은 단기간에 어마어마한 경제적 성공을 달성하였고, 지금은 K-팝, K-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부자와 빈자의 간극의 문제가 존재하고, 이는 현실의 이면이다. 그렇다고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시대에 다른 대안이 딱히 없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모든 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에도 보이지 않는 계급과 계층이 엄연히 존재한다. 사람들은 계층 간의 위계질서를 막연히 과거의 낡은 유물이라고 치부하지만, 현실에서는 계층 간의 넘을 수 없는 벽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는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부정부패? 아니면 한 사회의 광기? 나는 특정한 이유 몇 가지를 딱히 손을 꽂을 수가 없다. 내 영화는 나의 비전과 기괴함, 상상으로 만들어진다. 내가 쓴 시나리오들은 어떻게 보면 다큐멘터리라고도 볼 수 있는 독특한 점이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영화감독인 봉준호보다 훨씬 건강하고, 훨씬 나은 사회이다.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 속의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들은 남편과 가족, 아이들의 교육에 매우 헌신적인 여성들이다. 최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달군 TV 드라마 스카이 캐슬(Sky Castle) 속의 여성 캐릭터들처럼 말이다. 봉준호 감독 작품 속의 여성들은 독립적인 것과 거리가 먼데, 이는 한국의 최근 페미니즘 운동과는 반하는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기생충”의 부잣집 여자 주인공은 그 집안의 마님이다. 그 집안의 모든 전권을 쥐고 있다. 모든 것을 하나하나 챙기려고 하기 때문이다. “기생충”의 가난한 집안의 여자 주인공은 올림픽에서 메달까지 딴 인물로, 전통적인 여성상과 거리가 멀다. 나약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오히려 그녀의 남편이다. “옥자”의 틸다 스윈튼 (Tilda Swinton)이 분한 여성 캐릭터뿐만 아니라, 내 작품의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들은 전통적인 여성상과 거리가 먼, 현대적인 인물들이다.

 

기자들에게 기생충 상영 전에 너무 많은 스토리를 대중에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였다.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 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퍼다 나르는 것이 일상인 요즘 세상에 그런 걱정을 한다는 게 의아하다. 소셜 미디아가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방식과 영화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나?

영화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가 스토리 전개의 속도와 리듬을 조절하는 것이다.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접하는 정보에 따라, 관객들이 그 영화의 리듬과 속도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것은 ‘내 작업의 의미와 인식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나는 이런 문화가 창작자들과 창작 과장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나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적 트렌드에 반해서라기보다, 너무나 많은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두려움 때문이다. 나는 혼자 있고 싶고, 어딘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 익명으로 숨고 싶다.

 

본인 스스로 언제 영화 감독이 되고싶다고 생각했나?

내가 14살 먹던 이후로 줄곧 영화감독을 꿈꿔 왔다. 나는 나 자신을 영화감독 뿐만 아니라 작가라고도 생각한다. 만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마 다음 생에 태어나면 만화 작가가 되어서 스토리보드를 직접 그려보고 싶다.

 

술꼬레 매거진은 한국의 술, 음식과 문화를 다루는 잡지이다.  봉준호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술은?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게되면, 어떤 술로 건배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나는 소주를 좋아한다. 그래서 상을 타면 당연히 소주로 건배를 할 거다. 프리미엄 소주로 말이다.